무환수 어항은 물갈이를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고도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큰 어종은 배설량이 많고 수질에 민감해 일반 무환수 시스템으로는 유지가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환수 환경에서 큰 어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수조 설계, 생물 선택, 수질 관리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합니다.
수조설계로 확보하는 안정성
무환수 어항에서 큰 어종을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수조 크기와 설계입니다. 일반적인 30~40cm 소형 수조는 소형 어종이나 새우, 달팽이 같은 생물에 적합하지만, 배설량이 많고 산소 요구량이 높은 큰 어종에게는 불리한 환경입니다. 따라서 최소 60cm 이상의 큐브 수조를 사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생태계 유지에 유리합니다.
수조의 형태는 수심이 깊은 것보다는 수면 면적이 넓은 형태가 좋습니다. 이는 무환수 어항에서는 산소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산소 용해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초가 잘 자랄 수 있는 광량 확보를 위해 LED 조명은 중~고광량 제품을 선택해야 하며, 타이머를 통해 조도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수초 생장에 도움이 됩니다.
바닥재 구성도 무환수 어항의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영양소일(소일)과 중간층 여과재, 상단 완충 모래를 혼합하여 사용하는데, 이 조합은 박테리아의 서식환경을 풍부하게 만들고, 배설물이나 먹이찌꺼기를 분해하여 질산염 발생을 억제합니다. 수초의 뿌리 성장도 원활해져 생물학적 여과 능력을 높여줍니다.
이와 더불어, 큰 어종의 활동으로 인해 탁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유물 제거를 위한 미세 스펀지 필터나 조류 억제 생물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어항 구조를 생태 순환에 최적화함으로써, 큰 어종이 살아도 안정된 환경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생물선택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무환수 어항에서는 생물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큰 어종의 경우, 먹이 섭취량과 배설량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크기만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기준은 '무환수 환경에서도 질소 축적을 억제하며 활동성이 낮은 어종'을 고르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추천되는 어종은 골든바브, 체리바브, 블루구라미, 볼우드카핀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5~8cm 수준의 중형 어종으로, 대형으로 자라지 않으면서도 수초를 훼손하지 않고 비교적 온순한 성격을 지녀 무환수 환경에 적합합니다. 이 외에도 코리도라스는 바닥 청소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남은 사료나 유기물 찌꺼기를 먹어주는 ‘생물 청소기’ 역할을 해줍니다.
반대로 금붕어, 오스카, 피라니아, 아로와나 같은 진성 대형어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이들은 소화 능력 대비 배설량이 지나치게 많고, 수초를 파괴하거나 탁수를 유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무환수 어항 생태계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함께 투입하면 좋은 보조 생물로는 생이새우, 레드체리새우, 깔끔이달팽이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닥의 유기물을 청소하고 조류 발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며, 수초에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무환수 어항의 유지에 큰 역할을 합니다. 다만, 큰 어종이 새우를 잡아먹지 않도록 생물 간의 궁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생물 간의 크기, 활동성, 성격, 수질 요구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물 조합을 전략적으로 구성해야만 무환수 환경에서도 큰 어종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됩니다.
수질관리가 장기유지의 핵심
무환수 어항에서 큰 어종을 오래 유지하려면 수질 관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적인 어항은 부분 환수나 여과기를 통해 질산염과 암모니아 농도를 낮추지만, 무환수 어항은 이를 모두 생태 순환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계획적 관리가 필수입니다.
먼저, 수초 선택은 질소 소비 능력이 강한 수초 위주로 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바모스, 나사말, 아누비아스, 수크령 등은 저조도에서도 잘 자라며, 뿌리와 잎에서 지속적으로 질산염을 흡수해 수질 정화에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수초들은 바닥재의 여과 박테리아와 시너지를 내어 암모니아 → 아질산 → 질산염으로의 변환을 촉진하고, 최종적으로 수초가 흡수하여 제거하게 됩니다.
또한, 물속 산소 농도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산소석이나 미세 버블 기포기를 사용해 산소 보충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여과기와 달리 물의 흐름을 크게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생물의 호흡을 도울 수 있어 무환수 어항에 적합합니다.
먹이는 반드시 소량씩 자주 급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많은 먹이를 주면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가 물에 녹아 수질 악화를 유발합니다. 자동 먹이기를 활용하거나, 일정 시간 후 남은 먹이를 제거해 주는 루틴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2주~1개월 단위로 수질 테스트키트를 이용해 pH, NH4, NO2, NO3 수치를 점검하고 이상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한 무환수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한 달에 1~2회 정도 10% 수준의 소량 환수를 병행하면 더욱 안정적인 생태 유지가 가능합니다. 이것은 무환수의 철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유기물 과다 축적을 방지하는 현실적인 절충안입니다.
무환수 어항에서 큰 어종을 기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인 무환수 세팅보다 더 정교한 설계와 생물 조합, 그리고 수질 관리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60cm 이상 수조, 적절한 수초와 바닥재, 활동성이 낮고 온순한 중형어종, 그리고 체계적인 생물학적 순환 구조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큰 어종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환수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시작 전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점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무환수 어항의 매력과 자연 생태의 조화 속에서, 여러분만의 아름다운 수조를 만들어보세요.